[물리학][상대성이론] [사이언스N사피엔스] 이 우주의 속도제한, 그리고 E=mc²

[물리학][상대성이론] [사이언스N사피엔스] 이 우주의 속도제한, 그리고 E=mc²

[사이언스N사피엔스] 이 우주의 속도제한, 그리고 E=mc²

2021.04.15 17:42

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지하실험실에 설치된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장치. 오페라 제공

이탈리아 그란사소의 지하실험실에 설치된 거대한 중성미자 검출장치. 오페라 제공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에 대해 물리법칙과 광속이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대가로 시간과 공간이 변한다. 특히 광속이 그 어떤 상대적인 운동에 대해서도 항상 불변이라는 조건은 우리의 직관경험과 상반되면서도 굉장히 강력한 조건이다. 상대성이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할 것이다. 가령 주행 중인 자동차가 전조등을 켰을 때 그 빛의 속도는 광속에 자동차의 속도가 더해지지 않고 그냥 광속일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적인 운동을 어떻게 하더라도 광속이 항상 광속인 그런 수학적인 해법을 찾아낸 것이고 그게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문제는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속도의 셈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선 회차에서 이미 말했듯이 상대적인 운동을 할 때에는 물체의 속도에서 움직이는 좌표계의 속도를 빼 주면 그 좌표계에서의 물체의 속도를 구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일상의 경험과 일치한다. 이 셈법에서는 빛과 반대방향으로 광속으로 날아가면서 빛을 관측하면 그 빛은 광속의 2배로 진행해야 한다. 1+1=2가 되는 것과 똑같다. 광속불변에 따르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에도 광속은 여전히 광속이다. 광속불변이 지켜지는 상대성이론에서는 속도를 더할 때 1+1=2가 아니라 1+1=1의 셈법이 작동한다. 원래 우리가 알던 1+1 이라는 계산법에서는 분모에 아무것도 없지만 특수상대성이론의 정확한 셈법에서는 분모가 조금 복잡해진다. 그 복잡한 분모 때문에 1+1=1의 결과가 나온다. 관련된 속도들이 광속에 비해 작은 값이면 복잡한 분모는 거의 1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경험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다. 또한 정확한 셈법에서는 아무리 상대속도를 더하더라도 광속을 넘어서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가령 자동차가 동쪽으로 광속의 90%로 달려가고 홍길동이 서쪽으로 광속의 80%로 달려간다면, 고전역학에서는 홍길동이 자동차가 광속의 170%로 달려가는 것으로 관측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의 새롭고 정확한 계산법에 따르면 분모가 복잡해져서 1+0.9*0.8=1.72의 값을 나눠줘야 한다. 즉, 홍길동이 관측한 자동차의 속력은 광속의 1.7/1.72=98.8% 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셈법에서는 그 어떤 상대속도의 조합도 광속을 넘지 않는다. 물체의 운동에 대한 역학적인 분석을 해 보면 질량을 가진 물체의 속도가 점점 커지면 그 운동에너지도 점점 커지며, 물체의 속도가 광속에 가까이 다가가면 운동에너지는 무한대로 발산한다. 즉, 질량이 있는 물체를 광속으로 가속하려면 무한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한편 질량이 없는 물체는 빛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광속으로 진행한다. 따라서 광속은 정말 이 우주의 특별한 물리상수이면서, 우리 우주에서 물리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제한속도로 작용한다.

광속이 궁극적인 제한속도라는 사실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2021년 현재 우리 인류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으로는 광속을 넘어서는 물리적 신호는 없다. 이론적으로도 그렇고 실험적으로도 그렇다. SF 영화에서는 우주선들이 수시로 초광속 비행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이 전제돼야 한다.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물리학을 떠받치는 또 다른 기둥인 양자역학에서는 상대성이론보다 훨씬 더 신묘한 현상들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신묘한 양자역학적 현상이 있다 하더라도 광속제한은 여전히 극복할 수 없다. 양자역학의 가장 신기한 현상이라는 얽힘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입자의 양자역학적인 상태가 즉각적으로 결정된다. 이를 이용한 양자전송을 흔히 ‘순간이동’이라 표현하면서 초광속으로 즉시 물리적인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듯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아무리 양자얽힘이 날고 기어도 광속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다.

지난 2011년 중성미자라는 소립자의 성질을 연구하는 OPERA(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tRacking Apparatus) 연구진이 초광속으로 비행하는 중성미자를 관측했다고 학계에 보고해 큰 파장이 일었다.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의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 개념도.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서 검출된다. 오페라 제공

국제 중성미자 실험그룹인 오페라(OPERA)의 중성미자 속력측정 실험 개념도. 스위스 세른(CERN)에서 생성된 뮤온 중성미자 빔이 730킬로미터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사소 지하실험실에서 검출된다. 오페라 제공

이 실험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원자핵연구소(CERN)에서 중성미자 빔을 쏘아 이탈리아의 그랑사소에 있는 검출기에서 관측하는 실험이었다. 중성미자는 질량이 거의 없고 다른 어떤 물질과도 물리적인 반응을 거의 하지 않는 유령 같은 입자이다. 중성미자의 비행거리는 약 730킬로미터였고 비행거리와 시간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GPS까지 동원했다. 이 실험에서 1만6천여 개의 중성미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빛보다 약 61나노초 빨리 비행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 실험의 측정오차는 거리가 약 20cm, 시간은 약 10나노초에 불과했다. 61나노초면 극히 미세한 차이이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만약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현대물리학의 토대가 바닥부터 허물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OPERA의 결과에 회의적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많은 다른 중성미자 실험들과 비교해도 초광속의 결과를 믿기 어려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성이론을 조금씩 확장해 중성미자의 초광속 비행을 설명하려는 노력도 적지 않았다.

OPERA 연구진은 후속실험과 함께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실험상의 오류나 오차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가 이듬해에 마침내 GPS 위성신호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광케이블이 느슨하게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생긴 시차가 약 73나노초였다. 결국 OPERA의 초광속 중성미자는 이렇게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2012년 6월, 그랑사소에 있는 실험그룹의 대표자가 중성미자의 비행이 광속제한과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광속제한을 말할 때면 늘 등장하는 반대제안이 있다. 엄청나게 튼튼한 쇠막대를 준비해서 예컨대 제네바와 그랑사소를 연결한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는 따지지 않는다. 마찰력 등도 없다고 가정한다. 제네바에서 충분히 큰 힘으로 쇠막대의 끝을 밀면 그랑사소에서 즉각적으로 (60나노초도 걸리지 않고) 그 신호를 받지 않을까? 아주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쇠막대의 한쪽 끝에 전해진 충격은 쇠막대를 구성하는 분자들을 통해 전달된다. 그런데 분자들 간의 결합은 기본적으로 전자기력이며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주역은 다름 아닌 빛이다. 따라서 쇠막대를 통한 신호전달도 광속을 넘어설 수는 없다. 

상대성이론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E=mc²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 m은 물체의 질량, 그리고 c는 광속이다. 따라서 이 식은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뜻이다. 다만 그 변환인자가 광속의 제곱일 뿐이다. 보다 일반적인 식은 아래와 같다. 

만약 물체가 정지해 있다면 운동에너지 T=0이 된다. 그 결과가 E=mc²이다. 그러니까 E=mc²은 정지해 있는 물체가 가지는 에너지이다. 이런 개념은 고전역학에 존재하지 않는다. 질량 자체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성이론의 놀라운 결과이다. 그 놀라운 결과는 20세기 핵에너지의 발견과 개발, 핵무기 투하로 우리 모두가 목격했다. 우라늄 같이 무거운 원자핵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바륨과 크립톤 같은 더 가벼운 입자로 쪼개진다. 이 과정에서 반응 전후의 질량차이만큼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우라늄의 경우 원자핵당 원래 질량의 약 0.1% 정도가 에너지로 방출된다. 이 값이 매우 작아 보이지만 통상적인 화학반응(연소나 폭발 등)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수백만 내지 수억 배 더 크다. 원자핵이 분열할 때 이렇게 큰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질량결손이 에너지로 전환된다는 상대론적 결과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이로써 인류는 역사상 전례 없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손에 넣게 되었고 이를 활용한 전쟁무기는 전쟁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가장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멸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능성은 (고의적이든 우연적이든) 핵전쟁이다. 이 엄청난 에너지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3차 세계대전에 어떤 무기가 등장할지 나는 잘 모른다. 다만 4차 세계대전에서는 막대기와 돌멩이로 싸우게 될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단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흔히 철학에서의 인식론적 상대주의와 혼동되곤 한다. 상대주의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진리 또는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뜻 생각하면 상대성이론에도 비슷한 면이 있다. 상대적인 운동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고 동시성이 달라지고 눈에 보이는 현상이 달라진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의 요점은 달라지는 현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운동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요소, 즉 불변인 요소이다. 그것이 물리법칙과 광속이다. 상대주의의 언어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진실의 기준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상대성이론은 상대주의와 정반대의 철학을 갖고 있는 셈이다. 

상대성이론은 20세기 초반 미술의 큐비즘, 즉 입체파에도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그 위대한 피카소이다. 그의 유명한 그림인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우는 여인’ 등을 보면 한 평면에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사람과 사물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는 그 이전까지 서양화를 지배했던 원근법을 근본적으로 파괴한 것이다. 피카소를 포함한 입체파는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당시의 화가들이 상대성이론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은 피카소를 포함해 화가들이 공간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데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2차원 평면에 3차원 공간의 정보를 모두 온전하게 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입체파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20세기 초반의 혁신적인 도전이었다. 

입체파의 그림을 상대성이론의 언어로 말하자면, 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과 사물의 모습이 달라 보이지만, 예컨대 ‘우는 여인’이라는 실체는 변함이 없다. 상대성이론은 시점에 따라 다른 모습에 관한 이론이 아니라, 시점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항상 똑같은 실체(물리법칙과 광속)에 관한 이론이다. 

우는 여인(통곡하는 여인), 파블로 피카소 1937년작.

우는 여인(통곡하는 여인), 파블로 피카소 1937년작.

※참고자료

-The OPERA collaboration., Adam, T., Agafonova, N. et al. Measurement of the neutrino velocity with the OPERA detector in the CNGS beam. J. High Energ. Phys. 2012, 93 (2012). https://doi.org/10.1007/JHEP10(2012)093

-“OPERA experiment reports anomaly in flight time of neutrinos from CERN to Gran Sasso” (Press release). CERN. September 23, 2011.

-Calaprice, Alice (2005). The new quotable Einstein. Princeton University Press. p. 173. ISBN 0-691-12075-7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701

[천체 물리학] 주변 물질 삼키고 에너지 내뿜는 블랙홀 자기장 모습 첫 포착

[천체 물리학] 주변 물질 삼키고 에너지 내뿜는 블랙홀 자기장 모습 첫 포착

주변 물질 삼키고 에너지 내뿜는 블랙홀 자기장 모습 첫 포착

2021.03.24 23:00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5500만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M87 은하 중심 블랙홀 가장자리 영역이 어떻게 편광돼 있는지 보여준다. 편광은 빛이 모든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으로 블랙홀 가장자리의 강력한 자기장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를 만들어낸다. 아래쪽 나선형의 밝은 선들은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과 연관된 편광의 방향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천문학자들이 지구에서 5500만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의 편광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M87 은하 중심 블랙홀 가장자리 영역이 어떻게 편광돼 있는지 보여준다. 편광은 빛이 모든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현상으로 블랙홀 가장자리의 강력한 자기장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를 만들어낸다. 아래쪽 나선형의 밝은 선들은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과 연관된 편광의 방향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한국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우주의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고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현상을 관측을 통해 발견했다. 2019년 4월 블랙홀 영상이 처음 공개된 데 이어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어떻게 흡수하고 고에너지 물질인 ‘제트’를 내뿜는지 관측을 통해 근거를 확인한 건 처음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남미, 아프리카 등 전세계 연구기관 65개, 과학자 3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블랙홀에서 강력한 자기장의 존재를 설명하는 ‘편광’ 현상을 처음으로 관측하고 이 영상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에 24일 공개했다.

블랙홀은 사물을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이 매우 강해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천체다. 빛까지 못 빠져나오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도 없다. 블랙홀은 대부분 물질을 흡수하지만 일부 물질을 방출한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빨려들어가기 직전 방출되는 물질은 에너지를 양쪽 방향으로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를 생성한다.

편광은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며 진행하는 빛을 뜻하는데 이번에 블랙홀의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편광은 블랙홀에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근거로 쓰인다. 강력한 자기장의 영향으로 M87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에 고에너지 물질의 흐름인 제트가 발생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EHT 이론연구그룹 연구책임자인 제이슨 덱스터 미국 콜로라도볼더대 교수는 “M87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의 뜨거운 가스 일부는 가장자리의 강한 자기장의 압력으로 블랙홀 중심의 강한 중력에너지를 이기고 밖으로 밀려 멀리 제트의 형태로 날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편광은 강력한 자기장 존재의 근거

빛을 포함하는 전자기파는 자기장과 전기장이 수직을 이룬 상태에서 진행한다. 특별한 방향성을 주지 않는다면 모든 방향으로 진행한다. 우주의 둥근 천체는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이를 관측하면 구 형태를 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이 영향을 주면 한쪽 방향으로만 정렬된 전자기파가 나오는데 이를 편광이라고 한다. 블랙홀 가장자리에서 처음으로 관측된 편광으로 강력한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자기장으로 인해 양쪽 방향으로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제트가 생성되는 셈이다. 

EHT 연구팀은 앞서 2019년 4월 10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2017년 4월 남극, 안데스산맥 등 전 세계 8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이 처녀자리 은하단의 한가운데에 있는 M87 블랙홀을 동시에 관측해 그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M87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분석한 결과 M87 블랙홀 주변의 빛에서 편광을 발견해 이번에 공개한 것이다. 조일제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연구원은 “블랙홀을 직접 보고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빛들이 블랙홀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M87 은하 중심과 주변을 다양한 해상도의 전파망원경으로 편광 관측한 결과를 비교한 영상이다. 맨 위부터 순서대로 HST(광학망원경), 칠레의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간섭계(ALMA),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 관측하는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 EHT연구팀이 관측한 M87 은하 중심부 관측 영상이다. 전파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블랙홀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M87 은하 중심과 주변을 다양한 해상도의 전파망원경으로 편광 관측한 결과를 비교한 영상이다. 맨 위부터 순서대로 HST(광학망원경), 칠레의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간섭계(ALMA), 세계 각지의 전파망원경으로 하나의 천체를 동시 관측하는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 EHT연구팀이 관측한 M87 은하 중심부 관측 영상이다. 전파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블랙홀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EHT는 스페인과 미국, 남극, 칠레 등 지구 전역에 흩어진 8대의 전파망원경을 하나의 큰 전파망원경처럼 구현했다. 지구상에서 멀리 떨어진 전파망원경으로 동시에 하나의 천체를 관측하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으로 본 것처럼 해상도가 높아진다. 공개된 관측 영상은 각 전파망원경에 수신된 신호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마치 TV에 수신된 전파 신호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대만 타이페이 천체물리연구원의 박종호 연구원은 “EHT는 현재 새로운 관측소가 추가되고 있고 성능이 향상되고 있다”며 “향후 EHT 관측 연구로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 구조를 더 정확하게 드러내고 블랙홀 주변 물질의 특성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HT 한국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미국 하와이 제임스클라크맥스웰 망원경(JCMT)과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간섭계(ALMA)로 M87 중심 블랙홀 편광 관측 영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EHT 연구팀에는 국내에서 한국천문연구원 등 총 10명의 한국 연구자도 참여하고 있다. 해외 기관에서 참여하는 한국인 연구자도 4명이다. EHT 한국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손봉원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천문연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을 활용한 관측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067

[소립자 물리학] 현대물리학 표준모형 깨지나…과학계 새 입자 ‘렙토쿼크’ 발견 가능성에 주목

[소립자 물리학] 현대물리학 표준모형 깨지나…과학계 새 입자 ‘렙토쿼크’ 발견 가능성에 주목

현대물리학 표준모형 깨지나…과학계 새 입자 ‘렙토쿼크’ 발견 가능성에 주목

2021.03.24 20:00

CERN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b 연구팀이 표준모형에 없는 새로운 입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진은 LHCb에서 B 메존 입자가 전자와 양전자로 붕괴되는 모습. CERN 제공

현대 입자물리학의 경전으로 불리는 ‘표준모형’에는 없는 새로운 입자가 발견된 것일까.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b 연구팀이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올린 논문이 물리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BBC는 23일(현지시간)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정교한 이론인 표준모형에 금이 갈 수 있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표준모형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현대 입자물리학의 핵심이론이다. 쿼크 6개와 렙톤 6개, 이들을 매개하는 입자 4개 등 16개의 기본입자와 이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까지 총 17개의 입자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한다. 

CERN은 2010년 둘레 27km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양성자끼리 충돌시키는 실험을 진행해 표준모형의 17개 입자 중 마지막까지 발견되지 않던 힉스를 2012년 발견해 표준모형을 완성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표준모형에도 없는 가상의 입자인 ‘렙토쿼크(leptoquark)’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양운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CERN CMS 한국팀 대표)는 “이번 측정 결과가 맞다면 힉스 발견보다 더 큰 발견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LHC의 4개 검출기 중 하나인 LHCb 실험 데이터에서 나왔다. LHCb에서는 바닥쿼크가 다른 쿼크와 짝을 이룬 입자인 B 메존이 생성된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B 메존의 바닥쿼크는 뮤온 2개나 전자 2개로 붕괴되는데, 둘의 발생 확률이 같아야 한다. 

연구팀이 2011~2018년 LHCb의 충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뮤온 붕괴가 전자 붕괴보다 15% 더 적게 일어났다. 이는 표준모형에서 설명하는 사건 외에 새로운 종류의 사건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하고, 연구팀은 그 가능성으로 표준모형에는 없는 렙토쿼크라는 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미테시 파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BBC에 “처음 결과를 확인했을 때 몸을 떨 정도로 흥분했다”며 “표준모형을 넘어선 새로운 발견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입자물리학 연구에 몸담은 20년간 가장 흥미로운 발견임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CERN 제공

LHCb 검출기가 설치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 내부. CERN 제공

렙토쿼크의 존재 가능성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연구팀은 2년 전에도 동일한 결과를 한 차례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입자 발견의 신뢰도가 2.5시그마(σ)로 낮은 편이었다. 연구팀은 2017~2018년 LHCb의 충돌 데이터를 추가해 데이터 분석량을 80% 늘려 이번에는 신뢰도를 3시그마로 높였다. 이는 1000번 실험할 때 가짜 신호가 한 번 나오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양 교수는 “입자물리학에서는 입자 발견의 신뢰도가 5시그마일 경우 사실상 발견으로 인정하며, 이는 350만 번 실험에서 가짜 신호가 한 번 나오는 수준”이라며 “이번 발견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입자나 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LHCb 연구진은 내년에 CERN이 LHC를 재가동하면 추가로 데이터를 얻어 분석할 계획이다. 콘스탄티노스 페트리디스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는 BBC에 “인류는 여전히 우주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새로운 발견이 기대가 된다”며 “우주를 구성하는 95%의 물질이 무엇인지 모르고, 심지어 물질과 반(反)물질의 비율이 그토록 차이가 나는 이유도 모른다”고 말했다. 

  •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5072

[알아봅시다][물리학][사이언스N사피엔스]특수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까지

[알아봅시다][물리학][사이언스N사피엔스]특수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까지

2021.03.18 16:00

아인슈타인이 대학 시절을 보낸 스위스 연방공대 전경. 취히리 연방공대 제공

아인슈타인이 대학 시절을 보낸 스위스 연방공대 전경. 취히리 연방공대 제공

20세기 물리학은 그 이전의 19세기 물리학과 많은 면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흔히 이 둘은 현대물리학과 고전물리학으로 불린다. 현대물리학은 20세기를 거치며 방대한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는데 이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 둘 있다. 바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두 분야의 발전에 모두 크게 기여한 사람이 바로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거의 혼자서 만들었으니 기여도라는 걸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이 일생을 두고 반대했는데 그 과정에서 양자역학을 옹호했던 과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을 극복하면서 양자역학이 크게 발전하였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때는 1905년으로, 1879년생인 아인슈타인이 26세 되던 해였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특허청의 심사관으로 일했다. 1900년에 취리히 공대를 졸업한 아인슈타인은 특허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까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학, 물리학 과외 교습도 했었고 대학 강사 자리도 알아보고 있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4년 연상의 밀레바 마리치는 아기를 임신 중이었고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 취직한 1902년 리제를이라는 이름의 딸을 낳았다. 아인슈타인과 마리치가 정식으로 결혼한 것은 1903년이었다. 특허청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은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마르셀 그로스만의 아버지가 베른의 특허청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도와준 덕분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친구 아빠 찬스’를 쓴 셈이었다.

1905년은 아인슈타인에겐 ‘기적의 해’로 불린다. 1666년이 뉴턴에게 ‘기적의 해’였다면 말이다. 이해에 아인슈타인은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은 원자와 분자의 존재를 확증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광전효과(금속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에 관한 논문은 1921년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그리고 특수상대성 이론의 효시가 되는 논문도 1905년에 나왔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논문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논문

상대성 이론에는 특수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과 일반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 있다. 보통 일상의 언어로는 일반이론이 더 쉽고 특수이론이 더 어려워 보인다. 한번은 모처에서 상대성 이론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강연 순서를 특수상대성이론-일반상대성이론의 순서로 보냈더니 담당자가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내게 되물었다. 물리학에서는 대개 특수한 상황이 물리적으로 더 쉽고 일반적인 상황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대성 이론에서도 그렇다. 

상대성 이론이란 한마디로, 움직이는 사람과 정지한 사람이 똑같은 물리 현상을 보게 될 것인가에 관한 이론이다. 즉,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상대적인 운동이 속도가 변하지 않는 등속운동인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 특수상대성 이론이고, 속도가 변하는 운동인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역사상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는 상황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이 대립할 때였다. 만약 지구가 스스로 돌면서 태양주변을 다시 돌고 있다면 그 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지구의 움직임을 알지 못한단 말인가? 예컨대,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있다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는 나무 바로 아래가 아니라 나무의 서쪽으로 치우쳐 떨어져야 하지 않을까? 17세기까지도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를 믿지 않고 갈릴레오의 주장을 반대했던 데에는 종교적인 이유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갈릴레오는 자신을 향한 이런 논리를 반박하는 데에 《대화》의 지면을 할애했다. 갈릴레오의 논리는 이랬다. 항해 중인 배의 돛대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그 공은 배의 뒷면에 떨어지지 않고 돛대 바로 아래에 떨어진다. 왜냐하면 공이 배와 함께 이미 같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 버전으로 말하자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 객차의 뒤쪽으로 밀려 떨어지지 않고 바로 발아래에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실험만으로는 배(또는 지하철)가 움직이는지 정지해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지구의 자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갈릴레오는 상대성 이론의 원조로 꼽힌다. 

갈릴레오의 상대성 이론(또는 고전적인 상대성 이론)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두 사람이 물체의 속도를 서로 달리 관측할 뿐 나머지는 모두 똑같다. 예컨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철길 옆 도로 위를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면, 도로 위에서 자동차를 봤을 때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인다. 왜냐하면 자동차를 관측하는 나 자신이 지하철과 함께 지면에 대해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움직이는 사람이 관측한 물체의 속도는 정지한 사람이 관측한 속도에서 관측자 자신이 움직이는 속도를 빼줘야 한다. 이처럼 고전적인 상대론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관측자들이 물체의 운동을 상대운동의 속도 차이만큼 서로 다르게 볼 뿐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경험과 잘 부합한다. 이 체계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관측자들의 눈에 보이는 현상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현대물리학 거장들과 함께한 막스 플랑크(가운데). 좌측부터 발터 네른스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로버트 밀리컨, 막스 폰 라우에. 모두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과학동아DB

현대물리학 거장들과 함께한 막스 플랑크(가운데). 좌측부터 발터 네른스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로버트 밀리컨, 막스 폰 라우에. 모두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과학동아DB

고전 물리학, 특히 전자기학에 정통했던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의문을 품었다. 일화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청소년 시절부터 빛에 대한 사고실험을 했다. 만약 빛의 속도로 달려가면서 빛을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빛 대신 자동차를 넣으면 그 답이 무엇인지 우리는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지하철이 자동차와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면, 지하철 안의 승객들은 자동차가 정지해 있는 것으로 관측하게 된다. 이 추론을 그대로 연장한다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아인슈타인은 ‘정지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을 당혹스럽게 만든 것이 바로 이 결론이었다. 빛이 정지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과학자들은 수 세기에 걸쳐 빛을 연구해 왔고 19세기 중반 제임스 맥스웰의 연구 덕분에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빛이 정지하는 현상을 어떤 형태로든 본 적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정지한다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생각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은 빛은 모든 관성좌표계에서 항상 일정한 속도로만 움직인다고 가정했다. 이것이 이른바 ‘’으로, 특수상대성이론의 2가지 가정 중 두 번째 가정이다. 여기서 관성좌표계란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 좌표계이다. 하나의 관성좌표계에 대해 속도가 일정한 등속운동을 하는 모든 좌표계는 관성좌표계이다. 

광속불변은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경험과 크게 어긋난다. 예컨대 홍길동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가면 밖에서 봤을 때는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속도와 홍길동이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 걷는 속도가 더해져 홍길동은 더 빨리 움직인다. 만약 홍길동이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스마트폰을 켜면 어떻게 될까? 홍길동이 걷는 경우로부터 유추해 본다면 홍길동의 스마트폰에서 나온 빛은 밖에서 봤을 때 원래의 광속에다가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속도가 더해져야만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지상태에서의 광속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광속불변이 말하는 바는, 이런 경우에도 빛은 여전히 광속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광원과 관측자가 어떻게 상대적인 운동을 하든 광속은 변화가 없다. 

또 이 가정에 따르면 19세기 과학자들이 전자기 파동으로서의 빛의 매개물인 에테르가 필요 없다. 에테르의 특이한 성질과 존재여부는 19세기 물리학의 큰 과제 중 하나였다. 에테르를 검출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는데 특히 1887년 미국의 마이컬슨과 몰리가 간섭계를 이용해 정밀하게 수행했던 실험이 유명하다. 그러나 에테르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에테르가 아예 없다고 생각한 과학자는 거의 없었다. 똑똑한 과학자들은 에테르가 존재하더라도 마이컬슨-몰리 실험에서 검출되지 않는 이유와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작 에테르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가장 간단한 데에 길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우주에서 최대 속도를 갖는 물질은 빛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를 전제로 한다. 과학동아DB

우주에서 최대 속도를 갖는 물질은 빛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를 전제로 한다. 과학동아DB

특수상대성 이론의 첫 번째 가정은 모든 관성좌표계에서 물리법칙이 똑같다는 내용이다. 이는 언뜻 생각하기에 당연히 그러해야만 할 것 같다. 서로 등속운동하는 두 좌표계는 어느 쪽이 움직이고 어느 쪽이 정지해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오직 상대적인 운동만 의미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좌표계에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다를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평범해 보이는 요구조건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했던 고전적인 상대성이론을 맥스웰의 전자기론, 즉 맥스웰 방정식에 적용하면 정지한 좌표계와 움직이는 좌표계에서의 맥스웰 방정식이 달라진다. 만약 맥스웰 방정식이 전자기 현상을 설명하는 올바른 물리법칙이라면,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사람에 대해 전자기 법칙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법칙을 과연 ‘자연의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1905년의 특수상대성 이론 논문의 제목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관하여’였다.

아인슈타인은 이 두 가지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수학적으로 일관된 새로운 상대성 이론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아예 처음부터 광속 불변을 지켰고 물리법칙의 동일함을 지켰기 때문에 달라져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좌표계 사이의 관계, 즉 상대성이론 자체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처럼 움직이는 광원의 광속이 여전히 광속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애초에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관측자들 사이에서 갈릴레오식으로 속도를 더하고 빼는 셈법이 틀렸다. 그러나 묘하게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틀리지는 않아서 물체의 속도나 상대속도가 광속에 비해 그리 크지 않으면 갈릴레오의 속도 셈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새로운 셈법에서는 상대속도를 어떻게 더하거나 빼더라도 광속을 넘어서는 속도를 만들어낼 수 없다. 가령 자동차가 광속으로 달려가면서 전조등을 켜거나, 관측자가 자동차와 반대방향으로 광속으로 달려가더라도 광속은 여전히 광속이다. 아인슈타인이 사고 실험했던 상황에서도 광속은 여전히 광속이다. 그러니까 광속은 우리 우주에서 대단히 특별한 상수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 중요성을 간파하고 자신의 이론을 세울 때 하나의 가정으로 도입한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두 가지 가정으로부터 거의 기계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다. 물리학자들이 흔히 말하듯,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내용이지 수학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뛰어난 것은 이처럼 물리적인 실체를 꿰뚫어볼 수 있는 위대한 통찰력 때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97~1966). 미 의회 도서관 제공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97~1966). 미 의회 도서관 제공

※참고자료

데니스 오버바이, 《젊은 아인슈타인의 초상》(김한영·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Albert Einstein (1905) “Zur Elektrodynamik bewegter Körper”, Annalen der Physik 17: 891.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출처]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4885

[영상·음향+]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 ‘공포의 7분’과 화성의 바람소리

[영상·음향+]화성 탐사선 퍼시비어런스 ‘공포의 7분’과 화성의 바람소리

2021.02.23 12:31

NASA 제공

NASA 제공

이달 19일 화성에 착륙에 성공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가 화성으로 내려가는 순간을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퍼시비어런스의 낙하산이 펴지는 장면부터 감속을 위해 엔진을 분사하며 화성의 지표면에 먼지 바람이 이는 장면이 생생하게 잡혔다. 화성의 소리를 담은 퍼시비어런스의 첫 녹음도 공개됐다.

 

NASA가 23일 공개한 영상에는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하는 ‘공포의 7분’이 생생하게 담겼다. 영상은 퍼시비어런스를 담은 캡슐이 화성 상층 대기권에 시속 2만 100km로 진입한 뒤 230초 후 시작된다. 화성 표면에서 11km 떨어진 지점이다. 가로 46cm, 세로 66cm로 압축됐던 낙하산이 1초 만에 21.5m 너비로 펴지면서 감속을 시작한다. 이후 화성 대기에 들어가면서 퍼시비어런스를 대기 마찰열로부터 보호한 열 보호 방패가 화성으로 떨어져 나간다. 퍼시비어런스와 로버를 표면에 내려놓을 스카이크레인이 외부로 노출되는 순간이다.

분화구가 곳곳에 퍼져 있는 화성의 표면이 생생하게 보인다. 화성에 점차 다가갈수록 바람 자국이 생긴 화성 표면이 드러난다. 화성 표면에 2130m까지 다가가자 감속을 위해 스카이크레인에 달린 8개의 역추진 엔진이 분사되면서 표면에 먼지 바람이 일어난다. 스카이크레인에 나일론 줄로 매달린 퍼시비어런스의 알루미늄 바퀴가 시속 2.6km 속도로 표면에 접촉하자 스카이크레인이 충돌을 피하려 가속하며 먼 곳으로 떠나는 모습까지 담겼다.

마이클 왓킨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임무책임자는 “우리는 마침내 화성에 착륙하는 동안 ‘7분의 공포’라고 부르는 장면을 맨 앞 열에서 보게 됐다”며 “낙하산이 폭발로 열리는 것부터 착륙할 때 먼지와 파편이 날아가는 장면에 이르기까지 정말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화성에 착륙한 퍼시비어런스의 옆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NASA 제공

화성에 착륙한 퍼시비어런스의 옆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NASA 제공

영상은 캡슐과 스카이크레인, 퍼비시어런스에 있는 5개 카메라에서 촬영됐다. JPL은 로버 하강과 착륙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 2만 3000여 장과 30기가바이트 정보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다만 로버에 부착한 마이크는 하강 중 소리를 담는 데 실패했다. NASA는 “시각 장애가 있는 우주 팬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전 세계인의 참여를 유도하고 영감을 주기를 바랬다”며 마이크를 차량에 추가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로버에 달린 다른 마이크는 살아남았다. 퍼시비어런스는 20일 자신이 착륙한 예저로 분화구에서 들리는 소리를 녹음해 지구로 보냈다. NASA가 23일 공개한 분화구의 소리를 들어 보면 퍼시비어런스의 기계음 너머로 화성의 바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퍼시비어런스가 녹음한 화성의 바람 소리와 퍼시비어런스 기계음 포함(https://soundcloud.com/nasa/first-sounds-from-mars-filters-out-rover-self-noise)

퍼시비어런스가 녹음한 화성의 바람 소리(퍼시비어런스 기계음 제거 https://soundcloud.com/nasa/first-sounds-from-mars-filters-out-rover-self-noise)

퍼시비어런스는 착륙 후 항법용 돛대(마스트)를 수직으로 세웠다. 돛대는 수평으로 누인 상태로 발사됐었다. 마스트에는 주변을 고화질로 촬영할 마스트캠-Z가 장착됐다. 로버가 보내온 파노라마 사진을 보면 화성의 지평선이 선명한 가운데 지형 대부분이 바위가 드문드문 있는 흙 바닥인 것이 확인된다.

퍼시비어런스가 마스트캠을 활용해 촬영한 화성의 파노라마 사진이다. NASA 제공

퍼시비어런스가 마스트캠을 활용해 촬영한 화성의 파노라마 사진이다. NASA 제공

NASA는 퍼시비어런스 시스템과 주변 환경에 대한 초기 관측을 이어갈 계획이다. NASA JPL은 22일 퍼시비어런스에 장착된 7개 장비 중 5개를 확인하고 화성환경역학분석기로 첫 기상 관측을 수행했다.

스티브 주르지크 NASA 국장 대행은 “화성에 어떻게 착륙하는지, 왜 그렇게 어려운지, 또 얼마나 멋진 일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시각 자료를 제공했다”며 “차량을 제작하고 화성으로 가는 데 필요한 놀라운 공학 수준과 정밀성을 강화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